• 160529_조선 선비가 되어 삶 반추

  • 작성자 :월봉서원 작성일 :2016.07.04

 

 조선 선비가 되어 삶 반추

광산구 월봉서원서 '선비 체험' …11월까지 운영
철학자의 길 걷기·다례 체험·투호놀이 등 ‘다채’

2016.05.29./광남일보

 

유복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반갑게도 6월을 시작하자마자 3일간 현충일 연휴가 이어진다. 사실 6월은 여행하기가 참 애매한 달이다.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광주 지역의 축제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특히 올해는 5월부터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인해 시원한 숲이 그리워진다.

숲 속 기와지붕 사면 아래 하룻밤을 머물며 조선시대의 멋과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 머물면

글방에서 초롱초롱한 눈을 똘망스럽게 뜨고는 글을 읽는 조선시대 선비가 될 수도 있다. ‘선비체험’을 할 수

있는 광산구에 위치한 ‘월봉서원’으로 가보자.

행정구역상 광주시에 속하지만 거리상 장성 황룡면과 무척 가까운 곳에 ‘월봉서원’이 있다. 광주 시내에서

월봉서원으로 가는 길 위의 장관도 아름답다. 우리밀특구 지역으로 드넓게 펼쳐진 밀밭이 하염없이 넘실대고

있다. 약 20여 분간 펼쳐진 밀밭과의 조우가 끝날 때 쯤 백우산 자락에 위치한 광곡마을, 일명 ‘너브실 마을’이라

불리는 고즈넉한 선비 마을이 나온다. 입구에서 서원으로 가는 길은 황토색 돌담길이 이어진다. 백여미터 되는

돌담길을 걷노라면 400여년 전 빳빳한 두루마기 옷에 검은 갓을 반듯하게 쓴 선비와 마주칠 것만 같다.

월봉서원은 조선시대 후기 대학자 고봉선생이 타계 후 7년만인 1578년 호남 유생들이 지금의 신룡동인 낙암

아래에 망천사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그 후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어 지금의 산월동인 동천으로 옮겼는데

1654년에 효종이 ‘월봉’이란 서원명을 내리면서 사우와 동 서재 강당을 갖췄다. 하지만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문에 헐었다가 1941년 주민들의 힘으로 현재의 위치에 빙월당을 새로 짓고 1981년에 준공,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봉 기대승 선생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로 당시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과의 13년간의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8년간 사단칠정(사단은 선한 이성, 칠정은 본능적 감정)을 주제로 펼친 논쟁으로

유명하며 후에 율곡의 성리학에 영향을 준 학자이다.

자, 이제 월봉서원으로 들어가 보자. 유생복을 입은 선비들이 모듬발로 계단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월봉서원 ‘선비의 하루’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선비의 하루’는 당일형과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이뤄지는데 매년 3월에서 11월 동안 정해진 일정에 따라

참가할 수 있다. 먼저 유생복을 갖추고 숭덕사 배례를 시작한다. 숭덕사는 고봉 선생의 위패를 모시는 곳으로

너른 마당을 끼고 있다. 선비의 하루 첫째 날은 철학자의 길 산책, 다담, 자경족자 체험으로 이뤄진다.

둘째 날은 다례체험, 투호놀이 등 자연과 인간 정신과 몸, 사람과 사람 간의 조화로움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활동으로 채워진다.

첫째 날 으뜸이 되는 즐거움은 백우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을 걷는 데 있다. 서원을 나서서

월봉선생의 묘를 찾아 길을 떠나면 푸른 소나무와 대숲이 만들어 주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월봉

선생의 유일한 한시가 쓰여진 한 바위로 마주하게 된다.

"호사롭고 부귀롭기야 신릉군만 할까만 / 백년 못 되어 무덤 위에 밭을 가니 / 하물며 여남은 장부야 일러

무삼하리요." 기개 높고 청렴하기로 유명했던 선생의 품성이 느껴지는 시다. 그의 무덤을 둘러본 후 백우산

전망대까지 올랐다가 백우정으로 내려오는 데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시원한 공기가 숲과 짝을 이루어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다.

둘째 날은 선비체조, 투호 놀이로 기와 혈을 흐르게 하여 정신과 몸을 단련하는 활동으로 채워진다. ‘선비의

하루’는 이튿날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고즈넉한 기와집 지붕 사면 아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선비의 하루’는 자신의 마음 자리를 알아보는 사색의 시간이 될 것이다.

월봉서원 ‘선비의 하루’에 대한 참가 문의는 062-432-1318이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고선주 기자·박사라 수습기자 sera0631@naver.com   

 

원문링크↓

http://www.gwangnam.co.kr/

 

첨부파일 |
160529_광남일보.jpg
댓글 (0)    댓글쓰기
  • 이전글 다음글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