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719_[쉼표] 나의 문화유산 피서기(避暑記)

  • 작성자 :월봉서원 작성일 :2016.07.21

 

[쉼표] 나의 문화유산 피서기(避暑記)

160719_헤럴드경제

 

 

‘백년도 이제는 꿈속만 같으니, 기쁘게 놀면 어느 곳이 편안치 않겠소./ 밤이면 등잔불 아래 당신과 함께하며, 속마음 나누면서 한가롭게 보내오리.’

퇴계 이황(1501~1570)의 철학에 대해 “이(理)가 기(氣)에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둘을 분리할 것도 아닌데, 선배는 왜 그러시냐”면서 순수이성에 대한 기존 학설을 비판했다는 의미에서 ‘한국의 칸트’로, 조선 초기 유림의 ‘대세’ 학문 체계를 뒤흔들어 조선철학 구조의 혁명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토마스쿤’으로도 부를 수도 있는, 고봉(高峯) 기대승(1527~1572)의 예상을 뒤엎는 시(詩)이다.

대선배 퇴계에 맞서 철학 논쟁을 벌인 끝에 결국 기호-영남 학파 분화를 초래한 그가 술에 취해 부인에게 고백하는 이 시는 천금 같은 감정정화를 준다. 당대 석학의 반전매력이다.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톱에 헤어졌다 모이고/ 언제쯤 강릉 길 다시 밟아가, 어머니 곁에 앉아 바느질 할꼬.’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시집살이를 하면서 친정 어머니를 그리면 지은 이 시는 국민 모두에게 부모를 떠올리게 한다.

“균아, 너는 결코 여인을 업신여겨서는 안된다.” 문학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큰 뜻을 품은 남동생에게, 누나 허난설헌의 거듭된 당부는 바로 ‘양성평등’이라 놀랍다.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뒤집어 놓는다. 여름 휴가때 문화유산을 지레 멀리하는 국민은 이런 참맛을 모른다.

광주 월봉서원에서는 고봉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머리와 가슴이 정화되고, 강릉 오죽헌과 허난설헌 생가에 가면 5만원짜리 지폐의 주인공 사임당과 조선의 양성평등주의자 난설헌의 여풍당당 스토리가 더위를 잊게한다. 물놀이만 피서가 아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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